홍콩에서 배를 타고 중국으로 넘어갔다. 다들 간다는 마카오가 아닌 그 옆의 주하이라는 곳이다. 처음 들어봤다. 뭐가 있는지 잘 모르지만 회사에서 보내주는 거니 그냥 갔다. 중국에 도착해 단체비자를 통해 들어가려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같이 오신 할머니 직원분이 입국심사대를 넘지 못하셨다. 임시로 발급받은 비자가 중국에서 거절당한 것이다. 그래서 다시 홍콩으로 건너가셔야 했다. 모두들 걱정스러우면서도 부러워했다ㅋ 할머니 직원분은 홍콩에 돌아가셔서 개인 가이드와 함께 2박 3일을 편하게 지내셨다고 한다... 인생은 타이밍이란 걸 또 느꼈다.

 

중국에서 우리를 인솔할 가이드는 키가 큰 한족 청년이었다. 억양이 이상해 조선족인줄 알았는데, 백두산 가이드를 주로 해서 조선족 억양으로 한국어를 배웠다고 한다. 서글서글하면서 능청스럽게 우리들을 잘 대해주었다. 가이드가 첫 번째로 이끈 곳은 식당이다. 한식당에서 김치찌개를 먹었다. 여행 와서 한식을 자주 먹는다.

 

 

식사를 하고 연 박물관에 내렸다. 큰고 웅장한 건물안에 이렇게 무성의한 전시를 하고 있었다. 역시 대륙의 스케일답게 전시 공간은 무지 큰데 콘텐츠는 연 몇 개 달아놓은 게 다다. 박물관 바로 앞에는 공원이 있는데, 너무 커서 골프장인 줄 알았다. 마실 나온 현지인들도 많았다. 

 

 

 

중국은 처음 와봤다. 주하이시라는 곳은 처음 들어본 도시다. 그런데 우리 여느 도시와 다르지 않다. 시골일 줄 알았는데 아파트도 많고 도로도 잘 깔려 있었다. 더럽지도 않고 깨끗했다. 중국 하면 약간 못 사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것도 옛말인가 보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숙소다. 홍콩에서도 중국에서도 숙소는 최고급으로 잡아줬다. 주하이시에서도 큰 호텔인데 이름에 나라국자를 쓴다. 우리를 환영하는 만찬이 열렸다. 갖가지 음식과 술이 끊임없이 나왔다. 중국 음식은 맛있는데 느끼하다. 그리고 좀 조리한 지 오래된 거 같았다. 그래도 배부르면 그만이니 잘 먹었다.

 

우리 회사와 협력관계에 있는 중국회사 간부들이 총출동했다. 회장님이 먼저 나와서 노래를 선창 하시고, 고위급 간부가 발레처럼 우아한 춤을 보여주셨다. 춤을 추신분은 뚱뚱하셔서 아무도 기대 안 했다가 보기와는 다르게 날렵하고 유연한 춤 선에 모두가 매료되었다.

 

행사가 잘 진행되고 있는데 갑자기 중국측 직원들이 기립한다. 주하이 시장님이 등장하신 거다. 뭐지... 그러더니 우리에게 환영의 인사를 전하셨다. 우리가 이 정도로 대접받을 사람들인가... 아무튼 특이한 건 이 시장님은 행사장 안에서 담배를 피우셨다. 그리고 담뱃재를 카펫 위에 그대로 떨궈 버리셨다. 물론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고, 이상하게 생각한 건 우리뿐이었다ㅋ

 

 

 

식사를 잘 하고 거리로 나섰다. 약간 늦은 시간이었지만 호텔에만 있기에 아까웠다. 중국 하면 위험하다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누가 나 같은 놈 어찌하겠어하고 그냥 막 다녔다. 도시가 깨끗하고 번화한 느낌이다. 유명 브랜드 상점도 많고 거리도 널찍하다. 

 

 

 

거리에서 공차를 발견했다. 본토의 공차를 맛보기 위해 차도 하나 주문했다. 작은 마트에서 맥주도 하나 구입했는데, 거스름돈을 휘~익~ 던져서 준다. 한국같았으면 한마디 했을 텐데 중국에서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괜히 싸웠다가 본전도 못 찾을게 뻔하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킹하는 친구들을 만났다. 좀 유명한 친구들인지 주변에 여성 관객들이 많았다. 둘 다 생긴 건 홍콩 조폭영화에 나올법한 인상이라 좀 무서웠다. 맥주를 마시면서 찬찬히 공연을 보다가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물론 영어를 못한다. 그래서 그냥 사진 찍자고 했다.

 

친구들이 의외로 순박하다. 나보고 어디서 왔냐고해서 한국 사람이라니까 무척 반겨준다. 물론 사드 배치 이전이라 한국에 대한 감정이 나쁘지 않을 때라 다행이다. 이렇게 여행을 가서 현지인과 대화하고 사진을 찍는 게 나의 큰 즐거움이다. 나중에 보면 내가 여행을 잘한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다.

 

 

왼쪽 사진은 조식이고, 오른쪽 사진은 중식이다. 조식으로 다양한 만두와 떡 종류의 음식이 나왔다. 물론 맛있었는데 아침부터 밀가루로 배를 채우니 속이 느글거렸다. 같은 테이블에 드레스를 입은 아리따운 여성이 앉으셨다. 중국의 가수라고 한다. 유명한지는 모르지만 가수라니 눈길이 갔다.

 

조식을 먹고 호텔을 떠나 해릉도로 갔다. 섬은 섬인데 다리가 놓여 버스를 타고 갔다. 중국에서 유명한 관광지라 한다. 해변에 위치한 곳인데 놀이공원과 식당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놀이공원은 90년대 월미도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여러 놀이기구를 태워주셨는데 재밌기보다는 안전장치가 부실해 무서워서 스릴이 넘쳤다.

 

 

 

점심에도 만찬을 즐겼다. 각종 해산물과 술이 나왔다. 선물로 보온병과 해릉도 로고가 새겨진 모자도 받았다. 이 분들이 우리를 위해 얼마나 준비하고 챙겨주셨는지 모른다. 우리는 회사의 고위급 간부도 아니고 일반 평사원들로 이루어진 방문객이다. 그럼에도 회장, 회장의 자식분들, 고위급 간부들이 우리에게 정말 깍듯이 대해주셨다. 중국인은 예의가 없다는 말도 꼭 맞는 말은 아닌가 보다. 

 

 

생태공원에 왔다. 한국어도 볼 수 있는데 레져 역참이라니 ㅋㅋㅋ 역참이라는 단어는 국사시간에만 공부했지 실제로는 처음 본다. 마지막 코스는 온천이다. 온천과 숙소가 결합된 관광지로 규모가 꽤 컸다. 버스에서 내려 만난 거위부부가 귀여워 사진을 찍을라 했는데, 이놈들이 나를 죽일 듯이 덤벼들었다. 예전에는 개 대신 거위를 집 지키는데 용도로 키웠다고 들었는데 진짜 사람을 안 무서워한다.

 

온천을 가기 위해서는 수영복이 필요한데, 난 귀찮아서 않았다. 식당에서 면요리나 하나 먹었는데 국물이 진해 속이 풀렸다. 시내로 나가고 싶었는데 너무 멀어 포기했다. 그래서 호수에 앉아 본토의 칭다오를 마시며 마지막 밤을 보냈다. 이번 여행은 회사에서 보내준 거라 별로 감흥이 없었다. 워낙 혼자 다니기 좋아하는 놈이라 패키지여행은 안 맞는 거 같다. 그래도 몽땅 공짜고 극빈 대우도 받으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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